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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면 얼마나 신날까

김해영 시인 haeyoung55@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7-13 09:21

남의 나라에서 사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게 말 못하는 서러움일 것이다. 들어도 못 듣고 알아듣고도 선뜻 맞춤한 대답을 못해 속상하기 짝이 없다.

남의 나라이지만 내 나라처럼 활개치고 사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내가 영어를 배워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다. 이 나이에? 아무리 잘 해도 폼나게 영어로 말하다가 꼭 어느 대목에선 “What?” 소리 듣는데? 저나 나나 똑같이 발음하는 것 같은데 악센트 하나 틀려 못 알아들으면 분통 터진다.그러니 영어 정복은 죽을 때까지 숙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캐나다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다. 언어는 사회생활의 필수도구이기 떄문에 필요하면 배운다. 한국과 무역을 하기 위해, 한국 회사에 취업을 하기 위해, 한국 드라마나 팝송을 즐기 위해, 하다못해 한국인 이성친구를 사귀려고 한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껏 소극적인 이민생활을 해 왔다. 아이들이 이 나라 말과 풍습을 배워 어엿한 캐나다인이 되도록 뒷바라지하는 데에만 열중해 왔다. 오로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눈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자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얼을 심어주는 일에는 조금 등한한 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민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캐나다에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임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를 잊고 살아왔다는 후회도 된다.

아이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심어주고,이 땅에 우리 아이들이 어깨를 펴고 살아갈 미래의 터전을 닦아주는 일, 더불어 민간 사절단의 임무도 수행하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한국어 교육이다.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의 제 2 외국어 대열에 한국어가 당당하게 자리하는 어려운 작업을 하고서도 또 하나의 국어인 프랑스어나 다른 외국어 하나를 더 배우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 외면을 하는 바람에 학급 정족수 부족으로 결국 폐지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언어의 세력은 민족의 세력이며 국가의 위상이다. 우리는 캐나다에 한국어의 꽃을 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한 번 놓쳤다. 우리의 편협하고 단기적인 이기심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의 이름표를 달고 캐나다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시기를 늦추고 말았다. 한국어는 아직도 사적인 언어이다.

공적인 자리에서 눈치 보며 소곤거려야 하는 언어,음지 식물처럼 그늘에서 새들거리고 있는 한국어를 양지로 끌어내려면 공교육장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정규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캐나다 아이들과 나란히 한국어를 배우는 것,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지금 밴쿠버 총영사관에서 ‘한국어 집중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비록 코퀴틀람 교육청 으로 제한적이지만 한국어가 따스한 양지녘으로 나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어 제 2 외국어 클라스 폐지, UBC  한국학 폐지 위험 등 연거픈 한국어 사업 도산 소식 끝에 봄바람처러 불어온 새소식에 새로운 희망을 걸어본다. 비탈에 선 한국어가 밴쿠버에 뿌리를 내리고 푸르른 녹음을 드리워 내 아이들, 내 아이들의 아이들을 품어주는 그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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